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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	(2003-08-13 21:35:39, Hit : 1513, Vote : 335)

은마등 앞다퉈 매물회수 거래끊겨

은마 등 앞다퉈 매물회수 거래 끊겨
자료원: 파이낸셜 등록일: 2003/08/13 조회: 865

국세청이 12일부터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 및 주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투기조사에 나서면서 강남일대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국세청이 정밀 분석대상 분류한 아파트단지 주변의 일부 중개업소들은 이날 아예 문을 닫고 향후 조사 강도와 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는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집 주인들의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대부분 향후 가격 전망을 묻는 전화였다.

특히 오름세를 보인 재건축 단지들의 일부 매매물건이 세무조사를 우려해 회수되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파장이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매도·매수자 모두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정부의 세무조사가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인 강남집값 안정효과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강남 대체 신도시건설 등 근본적인 공급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인근 P공인 정철규 사장은 “11일 국세청 발표 이후 일제히 문을 닫았다가 12일엔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다”며 “세무조사를 우려해 매매물건이 회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주변 A공인 관계자는 “5·23안정대책 이후 거래시장이 마비된 상태에서 집중 세무조사 발표로 아예 문을 닫았다”며 “최근 3개월 동안 거래가 뜸한 상태여서 조사 대상은 예상 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구일대 매수세 ‘뚝’

도곡·대치동 일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평창공인 관계자는 “원래 물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재건축아파트를 통해 투기조사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잠시 잠잠해지기는 하겠지만 실효를 거두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군 수요와 재건축 기대감 등으로 진입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매물은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경원공인의 한 관계자는 “일부 재건축 단지의 가격 폭등이 강남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다 큰 원인은 실수요자들이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매물을 찾는다는 데 있다”며 “특히 매물 자체가 귀해 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개포동 주공1단지 인근 중개업자들도 “세무조사 발표 이후에도 관련 문의도 없고 조사 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도 아직 없다”며 “일단 매기가 끊어진 상황에서 무슨 세무조사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서초구일대 ‘투기혐의 숨바꼭질’ 형국

지난해 9월 국세청의 세무조사 당시 대다수 중개업소가 철시, 시장조차 형성되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아직 문닫은 중개업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중개업소들은 “5·23 조치 이후 거래가 거의 없어 내놓을 장부도 별로 없다”며 담담한 모습이다.

하지만 비교적 많은 물건을 중개했던 중개업소들은 철시나 매도·매수인간 ‘입맞추기’식 탈루 및 투기혐의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몇가지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1차 29평형을 샀던 A씨는 해당 중개업소측을 찾아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자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문을 닫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에 안심했다.

다른 중개업소는 “공식 거래장부에는 투기혐의 고객의 거래 내역을 적어놓지 않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결국 중개업소와 국세청의 투기거래 색출에 대한 ‘숨바꼭질’이 이어질 전망이다.

반포동 대한공인의 한 관계자는 “세무조사로 인해 가수요자의 매도 매수심리가 위축돼 거래가 한동안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송파구일대 ‘거래시장 꽁꽁’

국세청의 ‘족집게’ 세무조사가 발표된 이후 각 중개업소별로 매수·매도문의가 뚝 끊기는 등 거래가 완전히 동결된 상황이다. 중개업을 오래 해왔던 일부 업소는 국세청 발표 직후 문을 닫았다.

잠실지구내 퍼스트공인 관계자는 “휴가철도 끝나고 이제 좀 거래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는데, 다시 거래가 완전히 동결됐다”고 전했다.

가락시영 1·2차 단지의 사정도 마찬가지. 특히 이곳은 국세청의 발표 이전인 지난 8일 이미 일부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테크 부동산 관계자는 “국세청 발표 이전에 이미 세무조사 직원이 나와 3곳의 중개업소에 들러 장부 등을 수거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락시영 역시 조금씩 나왔던 매물은 다시 회수되고 매수시점을 저울질하던 매수자들도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 강동구 일대 ‘거래 중단’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면서 또한번의 ‘거래 중단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둔촌주공 인근은 대부분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고 고덕주공 인근 중개업소도 절반 가까이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현지 중개업자 대부분은 국세청 세무조사로 인해 거래가 중단되면서 2000만∼3000만원정도 하락하는 조정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중개업소관계자들은 국세청 조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약효’가 떨어지면 갈곳 잃은 유동자금과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에 의해 또 다시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 G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리 세무조사를 해도 강남 집값을 잡지 않은 한 서초·송파·강동지역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덕주공 주변 중개업소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오르던 가격은 일단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매수자들도 가격이 소폭이나마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관망세로 돌아섰다.

현지 삼성공인 관계자는 “세무조사로 한두달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사두면 오른다는 ‘강남불패’ 신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번 세무조사도 미봉책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종길·박승덕·이정선·박수현·전용기기자]